열여덟에 생각한 서른의, 어른의 모습은 분명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윤기는 씁쓸하게 웃으며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댔다. 멀리 어둠 속에서 빛이 깜빡였다. 고양이가 눈 인사를 하듯 가만히 깜빡깜빡. 꽤 좋은 망원경을 사도 미세먼지가 잔뜩인 서울의 한복판에서는 이 정도가 겨우였다.방향을 잃은 삶은 무력 그 자체였다. 목적 없이 주어진 대로 산 게 벌써 12년...
써머 스트로베리 외전 1 <하얀 아부지, 깜장 아빠>몸이 나른하고 무거웠다. 밝은 빛에 눈을 떴더니, 태형과 아이가 웃으며 블럭을 쌓고 있었다."어? 아빠 눈 떴다. 아빠 주무셨어요~ 해야지."아이는 달려와 윤기의 품에 안겼다. 윤기는 아이를 본능적으로 감쌌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볼이 목에 닿아왔다. 윤기는 아이의 목덜미을 받치고 볼에 뺨을 부...
아까 먹은 음식과 지금 입은 옷의 색깔을 더하면 밴드이름이 된다. 부잣집 철부지, 돈 많아서 드럼 한다고 깝치는 새끼. 태형이 몰고 다니는 수식어였다. 막상 그를 데려온 남준은 어께를 으쓱하며 ‘잘하잖아요. 그래서 데려왔어요.’ 라고 했지만. 만약 그들의 말처럼 태형이 고작 돈이 많아서, 그래서 할 일이 없어서 드럼을 시작했다면 아마 이 밴드의 리더이자 베...
윤기는 최근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윤기의 공방에 저녁마다 찾아오는 고딩 때문이었다. 공방사람들은 고딩을 보며 윤기를 보고 도둑놈이네, 나쁜 놈이네 하면서 웃었지만, 윤기는 그저 공방 뒤편에서 왠 커다란 황소 한 놈이 구석에 누굴 몰아놓고 있기에, 호랑이 특유의 정의감을 발휘한 것뿐이었다. 으르렁 거리며 다가가니 황소 놈은 몇 번 발을 구르더니 도망갔고 ...
태형은 이대로 엉엉 울라고 하면 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 버리고 도망 온 곳에서까지 모든 게 안 되버리니까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던지고 마구잡이로 울고 싶었다. 근데 그런 거 잘 사는 사람들만 하는 거잖아. 태형은 그 사이에도 이 캐리어를 던졌을 때의 손해를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루이비통 가방을 던지고 에르메스 스카프로 눈물을 거칠게 닦을 수 있는...
윤기는 날 때부터 심장이 차가웠다. 심장이 차갑고, 죽지 않는 인간이 아닌 것들. 그것들을 인간들은 귀鬼라고 불렀다. 그것들을 무서워하며 지어낸 말들과는 다르게 평범하고 별 다를 것 없었다. 그들은 귀를 두려워하면서 그 귀들이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지는 가늠도 하지 못했다. 가끔 윤기나, 윤기의 어머니의 다름을 눈치 채고 지극한 관심을 보이며, 귀의 심장을...
ONLT SUGA X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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